노을 자리

가벼움에 대하여

들마을 2017. 6. 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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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며 이것 저것 부딪치다 보니

간혹 긴장되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는

상대방의 엉뚱한 가벼운 행동이나 말이

경박함보다는 신선함으로 느껴지는데

한 때 나와 긴 시간을 같이했던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편한대로 행동하는

전형적인 가벼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편하게 느껴져

즐거운 마음으로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점차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그런 가벼움들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었다.


사실 그 땐 내가 감당해야 할 게 너무 많았고

내 성격도 대체로 어떤 행동하기 전에

관련된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 저것 꼼꼼히 따지며 처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며

그 사람이 진실성이 없다고 본 것 같다.

내가 고민하며 갈등했던 내 감정들은

나의 정체성이므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자기 멋대로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정으로 인해 상처가 깊어졌고

막연한 분노까지 일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사람도 황당했을 것이다.

갑자기 변한 내 행동과 모습을 보며

내가 그 사람을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나를 변덕스럽다고 평가하면서

서로의 진심을 왜곡시키며 지나간 것이다.

서로의 마음은 그런게 아니었을텐데....

어째든 난 내 감정에 대해 진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상대의 가벼움을 경멸했다.

 

이제는 나이들어 가며 지난 일들을 돌아보면

특히 상대적으로 젊었던 시절의 몇가지 일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서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 일들로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큰 힘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괜히 헛웃음이 나오며 미소를 짓게 된다.

 

정말이지 나이가 들면 불필요한 생각이 많아지고

그 때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을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생각의 깊이를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남을 위한 배려와 이해의 깊이를 키우며

이제는 나이가 주는 무게를 훨~훨~ 털어내고

편한 마음으로 나에게 맞는 적당한 무게로

더 가볍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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