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단상

들마을 2017. 6. 27. 22:30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세월따라 다가와 매달리던

그 기억들로 또 다시 실없는 몽상에 사로잡힐 때

이를 악물고 시간의 벽을 갈며 지난 날을 지우고 있던 이유는

아마 스스로 강해지고 싶은 내 집념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잠들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내 꿈들이 위해

현기증이 나는 오늘을 악착같이 붙잡아 놓고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내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텨왔는데

그래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끊어지지 않은 연민은 남아

새삼스레 그날을 기억하며 다시 가슴을 여미어 아프게 한다.


이제 세월을 넘어 가슴에 남은 것은

계절처럼 변하는 감정이 아니기에

그저 세월의 뒤안길에 비루한 존재로 남겨지지 않으려

내 앞에 울타리처럼 세운 꿈을 향해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안에서 모든 것을 끌어안기로 했다 .


아직도 정리 못하고 가슴 속에 남은 참 질긴 감정들도

의미를 상실하고 쓰레기처럼 쌓인 혹독한 아픔이 아니라

유리 같이 투명한 서늘함으로 나를 키워준 영양제로

하얀 내 속살을 갈라내어 따뜻한 피를 나누며 지워가기로 했다.

'노을 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0) 2017.07.24
행복  (0) 2017.07.06
가벼움에 대하여  (0) 2017.06.07
양평 나들이  (0) 2017.05.21
중국에서  (0) 2017.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