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가을맞이

들마을 2012. 9. 3. 16:56

지난 달 말에 몰아쳤던 태풍 때문인지

어느 듯 무더위도 한풀 꺽이더니

구름 사이에 군데 군데 내비치는

하늘빛이 가을 하늘을 닮아가며

늘 이맘 때면 찾아오는 가슴앓이도

어떻게 알았는지 가슴 한구석에서

꾸물거리며 기지개를 피는 것 같다.

 

이제쯤은 벗어났겠지 하면서도

은근히 이제나 저제나 하며

가슴 속에 머무는 기다림처럼

그 때는 정말 죽을 만큼 사랑했지만

실재 무슨 사랑인지 알 수는 없다

그냥 나는 사랑을 느끼는 만큼

끝까지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시작한 이 가을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렌다.

 

나를 설레이게 하며 다가오는 이 가을에

내가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방법은

가을이면 가을 답게 사는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볼 수 없다고 해도

가을은 기다림이 있는 가을인 것이다.

지나간 일들에 미련을 둘 필요도 없이

다시 오지 않음에 미리 절망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를 설레게하는 가을을 맞아들이고

내가 행복한 가을에 젖으면 되는 것이다.

 

지난 가을도, 떠나간 사랑도 보내주자.

설령 영원히 볼 수 없다고 해도....

사랑도, 가을도 느껴질 때까지

그냥 내가 사랑하면 되는 것일 뿐

내 마음 속에 남겨둔 그것을 들여다보며...

구태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지난 것들에 대해 미련을 주지 말자.

즐겁고 행복한 또 다른 가을을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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