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이렇게 가을냄새가 나면
문득 전화해서 꼭 하고픈 말이 많이 있다.
그러니까, 그 때는 정말 내가 어수룩해서
그렇게 된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해서
나중에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 전처럼 풀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그 때 벌어진 그 상황은
결코 우리 두 사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하지만 결국 잊고 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문득 느껴지는 가을의 깊이 속에서
가끔은 갈등의 씨앗을 뿌리며
이런 상황을 이끌어 낸 누군가를 찾아가서
죽도록 두드려 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그런다고 이제와서 상황이 바뀔 것도 없기에
죽이고 싶도록 미운 그 녀석을 그냥 무시하고
또 다른 가을 하늘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
가을이 안겨주는 쓸쓸함 속에
때때로 부딪치는 흔적들이 염장을 지르면
가슴 속에 묻힌 시간들이 자꾸 떠오르고,
아직 기회가 있다면 하고픈 일은 참 많아도
이제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정말 술 한잔 마시며 하나씩 포기하며 살아가지만..
이미 지우지 못하는 상처로 남은 기억들
지저분한 자국을 지우고 다시 만나다고 해도
이 선명하게 박혀있는 아픔을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아직은 우리 열심히 살아가자.
언젠가 혹시 서로 다시 만나면
그 때도 당신이 원하면 같이 놀아줄 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