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5도를 넘나드는 날씨 속에
하얗게 핀 매화꽃 향기에
벌써 봄인가 하는 순간에
유효기간이 다한 기억들은
마음 구멍 틈으로 빠져나가고
새로운 아픔이 날쌔게 달려들어
또 다른 구멍을 파며 둥지를 튼다.
긴세월 동안 애타는 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히 버티며
힘들게 하던 마음 조각들
세월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서
뱀처럼 똬리 틀고 몸을 숨기던 기억이
느닷없이 방문을 활짝 열고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내 헛된 기대와 꿈을 위해
희망과 혼돈을 함께 던져주며
내 가슴속에 다시 피어나
세월이라는 망각의 늪에서도
제 멋대로 한바탕 춤을 추는 신기루
가슴 속에 꼭꼭 묻어 둔 희망이
세월 속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몸서리치는 한 순간을 위해
내 몸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어
아직도 그 유혹에 흔들리는 내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