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아카시아꽃의 추억

들마을 2014. 5. 9. 09:57

계절은 늘 예정된 만남처럼 찾아왔다가

불현듯 떠나가는 방랑자이다.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오래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계절에는 멈추어 기다릴 넉넉함이 없다.

그냥 자연의 법칙에 따를 뿐...

멈추지 못하고 또 다른 세계로 귀의 하는 것,..

 

계절이 만드는 세상은

찬찬히 들여다본다고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계절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하며

순식간에 열리고 순식간에 닫힌다.

우리는 그 세세함을 모르고 지내다

계절의 빛이 변하며 내 앞에 다가와야

겨우 그 때 느끼며 빠르다고 느낀다.

 

요즘은 뜨락이란 정겨운 말보다는

정원이라는 말이 친숙하지만

뜨락 속에 갖추어진 나무 한 그루에도

세상의 모습들과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다.

어느 날 햇살이 따사로와지면

말라 죽은듯한 가지들이 잎을 피우며

한 생명을 시작하며 계절을 익힌다.

 

내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한동안 예뜨락이란 아이디를 썼었다.

이제는 끊어진 다른 삶을 살아가며

지난 모든 것들이 잊고 살아가지만

이렇게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피면

그 사람과의 추억이 시작되었던

그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잊은듯이 숨 죽이며 숨었던 기억들이

세월에 잠긴 망각의 경계 속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꿈꾸며 환생하여

아카시아꽃의 향기와 단맛처럼

은밀한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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