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늘 예정된 만남처럼 찾아왔다가
불현듯 떠나가는 방랑자이다.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오래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계절에는 멈추어 기다릴 넉넉함이 없다.
그냥 자연의 법칙에 따를 뿐...
멈추지 못하고 또 다른 세계로 귀의 하는 것,..
계절이 만드는 세상은
찬찬히 들여다본다고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계절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하며
순식간에 열리고 순식간에 닫힌다.
우리는 그 세세함을 모르고 지내다
계절의 빛이 변하며 내 앞에 다가와야
겨우 그 때 느끼며 빠르다고 느낀다.
요즘은 뜨락이란 정겨운 말보다는
정원이라는 말이 친숙하지만
뜨락 속에 갖추어진 나무 한 그루에도
세상의 모습들과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다.
어느 날 햇살이 따사로와지면
말라 죽은듯한 가지들이 잎을 피우며
한 생명을 시작하며 계절을 익힌다.
내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한동안 예뜨락이란 아이디를 썼었다.
이제는 끊어진 다른 삶을 살아가며
지난 모든 것들이 잊고 살아가지만
이렇게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피면
그 사람과의 추억이 시작되었던
그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잊은듯이 숨 죽이며 숨었던 기억들이
세월에 잠긴 망각의 경계 속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꿈꾸며 환생하여
아카시아꽃의 향기와 단맛처럼
은밀한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