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비우며 살자

들마을 2016. 2. 26. 15:42


긴 겨울을 견디고

다시 훈풍 속에서 매화꽃이 폈다.

모천을 따라 찾아드는 연어처럼

이렇게 자연의 이치는 어긋남이 없다.


그토록 놓치지 않으려 움켜쥐며

끝까지 간절하게 붙잡았던 시간도

손을 펴면 다 사라지는 공기처럼

결국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며

내 머리속에 깊숙히 담아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결국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이젠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자

어차피 빈손으로 남는게 인생인데

더 이상 쥐지 말고 하나씩 비우면서

지금 내 앞의 시간과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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