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어머님의 세월

들마을 2018. 7. 30. 09:11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고향 떠나 오직 자식들을 위해
잠도 잊은 채로 온몸을 부스러지라
일하시면서도 감기 한번 걸리시지 안았는데
이젠 기억마저 떠나보내며
불 꺼진 재처럼 온기를 잃어가고 있다.

고향에서 못 챙겨온 족보가 없어 뿌리가 없다며
아버님도 다 기억 못 하는 60년도 넘은
가족 대소사를 일일이 기억하며
종중에 찾아다니시며 뿌리를 찾아내어
다시 족보를 만들어 놓고 가져다 놓고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설명하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가득한데...
돌발적인 사고의 후유증으로 온 치매
연속된 질병으로 점점 쇠약해지더니
지난봄 사고로 인한 수술의 후유증으로
이젠 자식과 손주의 이름마저 잊어버렸다.

세월이 가며 나이를 먹고
몸과 마음이 쇠락하는 것이야
인간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안부를 물으며
늘 보고 싶어 하던 큰 손주를 끌어안고서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는 모습에
가슴이 메어져 답답한 마음뿐이다.
하루빨리 남북 왕래가 이루어지고
늘 가고 싶어 하시던 연백 고향에 가실 수 있도록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고 유지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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