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명절 유감

들마을 2019. 2. 11. 12:41



설 명절로 부산스러웠던 열흘을 보내고

이제서야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머님과 장인어른을 지난가을에 보내고

처음 맞은 설 명절이 어딘가 허전했다.

어린 시절에는 설빔을 하나씩 얻어 입고

용돈과 맛있는 명절 음식으로 행복했는데...

어느덧 내가 이젠 할아버지 나이가 되고 보니

그저 건강과 사람 사이에 쌓은 정이 중요하다.

이번 명절에 아버님과 구글 지도에서

황해도 연백 선산과 고향집을 찾아보다가

족보를 꺼내놓고 가족들이 모여

어려서부터 들어온 할아버지와 친척들 얘기를 했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올리고 용돈을 드렸더니

아버지는 당신 생활을 걱정하지 말라며

용돈이 필요 없다고 큰소리치신다.

지난번 어머님이 모아둔 예금을 처리하시며

아들들에게는 한마디 얘기도 하지 않고

여동생들과 조카들에게만 나눠주어서

아들들한테 한마디 들은 게 마음에 걸리시는지

막내와 우리 애들이 준비해서 들이는

용돈을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하신다.

여동생들과 조카들도 우리가 떠날 때까지

세배를 오지 않아 오히려 내 돈만 절약됐다.

어머님이 계실 때는 중심을 잡고 계셨는데

이제 안 계시니 벌써 이런 사달이 나고 말았다.

돈이란 게 없으면 불편하지만

때로는 과다한 욕심이 바늘이나 비수가 되어

자신들을 찌르면 아픈 것인데

여동생들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철없이 웃으며 어울려 지내던

옛날 그때가 어머님만큼이나 그립다.

'노을 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코르와트 여행  (0) 2019.03.12
통도사 홍매화를 보다  (0) 2019.02.18
선물  (0) 2019.01.31
삶의 창조자들  (0) 2019.01.07
마음 정리  (0) 2018.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