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휴가철 단상

들마을 2019. 7. 29. 13:23

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며

공장들은 휴무를 하고 휴가에 들어갔지만

얘들이 다 커서 그런지 각자 놀러 갈 생각뿐이다.

얘들이 어릴 때는 휴가 때마다 텐트를 싣고

바다로 산으로 돌아다녔는데 이젠 남의 이야기가 됐다.

그리 생각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마찬가지여서

어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이미 지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젊음과 낭만이 가득했던 20~30대가 아름다웠을 수도 있고

나름 삶을 알아가며 아직은 패기가 남아있던 40~50대가 좋았을 수도 있다.

가끔 자꾸 나이를 돌아보며 아쉬움만 쌓고 있지만

그래도 난 나의 시선에 들어오는 현재의 내 삶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 가끔 그동안 주변을 힘들게 했던

뾰죽한 날카로움이 무뎌지며 모든 것에 매달리던 일에서 벗어나

잠시 잠시 손을 놓으며 조금은 여유로워졌고

모든 것을 한 번쯤 물러서서 바라보며 잠시 쉴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보니 꽃이 활짝 필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조그맣고 새싹이 땅을 뚫고 솟아나는 것도

여린 잎이 두 손을 펼치는 것도 꽃만큼 귀엽고,

꽃봉오리가 펼쳐지고,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조용히 들여다보면 잔잔한 감정이 흐르며 힐링이 된다.

꽃처럼 시들어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면 살아온 삶이 허무해진다.

함께 자리를 지키고 생활해온 가족과 많은 친구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해왔던 일들

그것들이 지난 일들이 아니고 미래를 향한 일이기에

지금도 나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간혹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언젠가부터 '많이 늙었네'라는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세월 따라 나이는 들어가지만

아직 마음은 여전히 젊고 몸도 그런대로 활기차다.

나의 곁에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게 주어진 일이 있고 생각을 나누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나이와 함께 시들어 갈 수도 있는 삶을

함께 함으로 인해 여전히 젊게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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