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찌는 듯한 폭염과 코로나의 혼돈을 견뎌내고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다.
가을을 맞아 한해의 결실을 이뤄내는 기적처럼
내가 마주했던 모든 순간과 만남이 길목이고
내가 좋아하는 붉게 물든 저녁노을도
하루를 다한 태양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내가 바둥대며 매달린 오늘 하루도,
또다시 다가올 내일도 내 앞을 지나가는
또 다른 길목이다.
이젠 세월이 떠넘기는 무게에
한 번씩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것도
나이가 제법 들어 더 깊고 짙어진
삶이 지나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참 오래된 기억들을 배회하며
지나간 것들을 되뇌며 실없이 웃지만
내 곁을 지나가는 그때는 웃지 못했다.
순간순간 버텨내기도 힘든 치열했던 시간이었기에
늘 전쟁 같은 그 속에서 웃을 만한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늘 내 삶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모든 순간과 일들이 한시도 빼놓지 않고 나를 향했고
난 그 길목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고
그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삶을 통해 지나가는 것들의 모든 자취는
그것들이 존재했던 유일한 단서로 남아있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현재에서
가끔 내 지나온 삶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지금 또 다른 길목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버님과 동생이 코로나로 오지 못해
우리끼리 추석 명절을 보냈다.
코로나로 점철된 세월 속에서 나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게 변하지만 또 그건 그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서로 어울려져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