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않는 생각들 속에서
계절을 털어내는 기억 뒤에
세월만큼 쌓아올린 인연 하나
말없이 지워지고 있다
미련 다 버리고
홀로 떠나는 것만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하늘만 쳐다보던 눈망울은
조용히 내려와 숨을 죽이며
이유있는 슬픔 하나
혼자 꿀꺽 삼킨다
예감할 수 없던 마음으로
한 치 앞날을 두고 힘들던
구차한 인연을 끊어 내고도
오래도록 서 있는 빈 자리
가슴 떨리던 설레임은
차가운 삶의 흔적으로
망각의 어둠 속에 숨어
텅빈 하늘로 날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