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떤 기억은
마치 흉터처럼 선명하지만 희미하기도 하다.
날카로운 비수에 찔린듯
섬뜩하게 짤려 나가던 통증...
그 순간 참을 수 없었던 통증이
여전히 새삼스럽지만
이젠 그것도 제법 흐릿하다..
뒤돌아 보면
아직도 두런 두런 목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쿵쿵거리며 가슴을 두드린다.
부옇게 색이 바랜 모습으로
유령처럼 떠다니며
시공을 초월하여 붙잡고 있던 마음
그 때 난 내 자신을 함께 묻고 싶었다
가냘픈 어께를 부여잡고
악을 쓰며 쓰러지고 싶었다...
종일 번개치고 천둥이 우는
붉은 하늘가에서
난 오랫동안 슬프던 슬픔을 버리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