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가을 상념

들마을 2007. 9. 7. 11:02

    장마비처럼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빗줄기처럼 그토록 마음을 잡고 힘들게 하던 갈등들도 결국 어느 날 내가 살아온 날보다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남아 있기에 지금 잠시 초라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더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시간과 여유가 있기에 늘 초연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지나가 버린 어제와 지나가고 있는 오늘 그리고 다가올 내일이 어제같은 오늘이 아니길 바라며 오늘같은 내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과 더불어 잠시 지나간 나의 삶 뒤 돌아 생각해보니 그때는 용서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이고 얼마든지 이해와 용서를 할 수 있는 일인 것을.. 그 때는 그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하루를 너무 빨리 살고 너무 바쁘게 살고 있기에 그냥 마시는 커피처럼 그윽한 향기가 있음을 알 수 없고 머리위에 있는 하늘이지만 고개들어 하늘을 바라볼 여유마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나 좋은일이 생겼을때 곁에서 든든한 의논 상대가 되어주며 남의 실패에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며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았을때 퍼뜨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만 담으면서 지켜만 주는 사람만을 원했던 것 같다.
    이제 생각해보니 지난 시절에 그냥 무조건 내 생각 내 자존심만 내세우다가 그냥 냉정히 돌아서고 말았든 나의 미숙한 마음의 상처들도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었든 일인 것을...
    한 때 난 지치고 초라한 모습이엇지만 이제는 넉넉한 마음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우며 커피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언제나 늘 기쁨 뒤엔 슬픔이 슬픔 뒤엔 또 다른 기쁨이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순환의 원리를 새삼 깊이 느끼며
    이제서야 가끔은 커피를 향으로 마실 수 있고 그동안 이런 저런 일에서 사소한 아집이나 의견 충돌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받았든 사람들을 향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어째든 내일이 있어 오늘 여유롭고 또한 넉넉한 마음이기에 모처럼 구름 사이에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풍기는 가을 향기에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본다.

'노을 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에게 맞는 옷...  (0) 2007.09.16
삶과 기쁨  (0) 2007.09.09
침묵속에서...  (0) 2007.08.29
독백  (0) 2007.08.27
마음 길  (0) 2007.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