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

들마을 2008. 5. 30. 14:06

 

 

새끼손가락을 걸고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 우리들은 '그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소망할 뿐이다. 기대할 뿐이다. 많이 기대하고 소망하지만, 그 마음이 깊고 끔찍하다고 해서 기대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한없는 희망은 한없는 절망과 맞닿아 있다. 사랑 속에 이별이 존재하고,

봄 속에 겨울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의 약속 안에는

텅 빈 동굴과 같은 허무함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먼저 사랑의 약속을 파기했느냐,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럴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했느냐를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애틋한 마음으로 약속을 나누었던 그 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잊지 않는 일이다.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다시 살아가기 시작하는 일이다. _황경신.『슬프지만 안녕』中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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