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기억의 자리

들마을 2008. 6. 27. 16:48




기억의 자리 / 나 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Nem As Paredes Confesso   첨부이미지 Amalia Rodrig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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