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자리 / 나 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Nem As Paredes Confesso |
'들꽃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언젠가 걷다가 다시 만나면 (0) | 2008.07.29 |
---|---|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날은 (0) | 2008.07.04 |
너를 잊어주기까지 (0) | 2008.06.20 |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 (0) | 2008.05.30 |
다 잊고 사는데도.. (0) | 2008.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