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낯설음에 대한 서먹한 감정

들마을 2008. 8. 26. 11:19

 

아니, 그렇게 말고.. 이렇게 하며

자세를 교정해주다가 순간, 멈칫했다.

하필이면 그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

갑자기 너무도 많은 생각들에

내 사고와 시간이 멈추어 버리는 것 같았다.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아무 것도 아닌 척하고 딴청을 피웠지만

잊고 산다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  

이렇게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어

시도 때도 없이 불쑥 튀어 나오니 말이다..


예전엔 앞에 지금 보이는 것들을 좋아하고

내가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는 것 자체에 행복해 했는데...


예전엔 꽃피는 것 자체가 좋앗고

무성한 숲길을 달리는 게 좋았고

지금 내리는 빗줄기가 좋았고

지금 물든 은행잎이

지금 내린 하얀 눈이

그저 좋아하고 기뻐하고 즐거워서 행복해 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끔 나도 모르게 그 다음을 생각해버린다.


꽃이 피면 꽃이 져 바람에 흩날릴 것을 생각하고

무성해진 잎이 단풍이 물들면 색이 바래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눈이 오면 눈이 녹아 질퍽거릴 걸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면 즐겁게 지내다가도

가슴에 남긴 상처를 들쑤셔 낼까봐 자꾸 마음이 졸인다..


아마 그래서 내가 지금처럼 이렇게

다시 시작하기 힘들어지는가 보다..

하지만 이제까지 지내온 것과 같이 모든 게 같을 수는 없을테니... 


이젠,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았던 것만 생각하기로 하며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 사는거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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