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렇게 말고.. 이렇게 하며
자세를 교정해주다가 순간, 멈칫했다.
하필이면 그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
갑자기 너무도 많은 생각들에
내 사고와 시간이 멈추어 버리는 것 같았다.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아무 것도 아닌 척하고 딴청을 피웠지만
잊고 산다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
이렇게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어
시도 때도 없이 불쑥 튀어 나오니 말이다..
예전엔 앞에 지금 보이는 것들을 좋아하고
내가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는 것 자체에 행복해 했는데...
예전엔 꽃피는 것 자체가 좋앗고
무성한 숲길을 달리는 게 좋았고
지금 내리는 빗줄기가 좋았고
지금 물든 은행잎이
지금 내린 하얀 눈이
그저 좋아하고 기뻐하고 즐거워서 행복해 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끔 나도 모르게 그 다음을 생각해버린다.
꽃이 피면 꽃이 져 바람에 흩날릴 것을 생각하고
무성해진 잎이 단풍이 물들면 색이 바래 떨어질 것을 생각하고
눈이 오면 눈이 녹아 질퍽거릴 걸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면 즐겁게 지내다가도
가슴에 남긴 상처를 들쑤셔 낼까봐 자꾸 마음이 졸인다..
아마 그래서 내가 지금처럼 이렇게
다시 시작하기 힘들어지는가 보다..
하지만 이제까지 지내온 것과 같이 모든 게 같을 수는 없을테니...
이젠,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았던 것만 생각하기로 하며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 사는거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의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