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녹색빛이 가득하고 볕도 여전히 뜨거워
별 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가을 냄새는 조금씩, 조금씩 짙어져간다.
인천 본가를 다녀오면서 푸르름이 넘치는 언덕과 산이 정겹고,
가끔 마주치는 물이 깊어진 강가로 운전대를 돌리고 싶은 충동이 났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유독 한해의 저물어가는 시간을 알리는 느낌이 강하다.
봄부터 긴 날을 두고 열심히 키워온 녹색의 입들로
마지막 힘을 다해 붉게 물들이며
자신의 멋을 한창 자랑했던 나무들은
하나 둘씩 치장했던 자기 옷을 벗고
나름대로 자신들이 가진 가장 멋진 날들을 세월에 묻으며
조금씩 지난 계절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계절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봄은 새로움과 신비함, 여름은 열정과 활력,
가을은 고독과 추억, 겨울은 기다림과 인내의 계절인 것 같다.
그 중에서 나는 내 생일이 잇는 가을에 유독 약한 것 같다.
가을을 마주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버텨온 무엇인가를 자꾸 잃어버리는 것 같아
괜스레 쓸데없는 조바심이 내기도 한다.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아직도 그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감정의 끈에 잡혀있어
가끔은 슬픈 노랫소리에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가슴 속으로 휭하니 찬바람이 지쳐 나가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만 큼 든 남자가
뭐 이래... 라는 생각도 들지만
나만의 외로움과 아쉬움을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 맞긴 맞는다.
이 계절만이라도 마음껏 외로움과 고독과 기억 속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고 싶다.
그러나 너무 많은 외로움은
내 자신을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고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고....
어째든 한해를 지내면서 후회하지 않는
좋은 기억꺼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가슴 설레는 추억...
한 쪽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 외로움과 힘겨움을
멋지게 채울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 보자.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내 자신의 선택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내 삶의 조명은 밝아질 수 도 있고,
추억과 기억을 만드는 것도 내 자신이니까
올 가을엔 정말 나만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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