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그 자리에 머무는 기억들....

들마을 2009. 6. 12. 16:27
 

가던 길을 멈추는 것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 손을 내미는 것

추억에서 뛰어 내리는 것

앞이 아닌 옆과 뒤의 사람을 쳐다보는 것

다시 추억 위에 오르는 것

마음 언저리를 서성이는 것

누군가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것

깊은 침묵을 지키는 것


그리하여 활동사진 같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머릿속에 가득한 먼지 같은 기억들

장애물 같은 그리움에서 무심함을 거두는 것

 

그 그리움의 낚싯대를 잡고

꾀죄죄한 추억을 떨쳐 버리고

지루한 기다림을 맨 몸으로 건너는 것

 

다시 가던 길을 멈추는 것

또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

한 줌 남은 기억들을 움켜잡는 것

오래 동안 놓지 않는 것

남겨진 기억들을 뒤돌아보는 것

그 기억들을 세어 보는 것

침묵을 향해 말을 건네 보는 것

아직도 인내하며 답을 기다리는 것

 

하지만 뜨거웠던 기억도

기억 뒤에 남겨진 어둠도

결국 주름진 기억들 속에서

힘들게 지킨 고단했던 기다림과 함께 

하루를 마치고 마무리되는 오늘처럼

봉인된 또 다른 기억으로 남기며

기억 속에 한자리로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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