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란 참 집요하다
마치 슬라이드 필림 영사기를 돌리는 것처럼
하나씩 하얀색 스크린에 비치듯 떠오르는 기억들..
그 안에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의미들이 담겨 있었다.
그 중에 하나.
어느 날 내게,
너무나 갑작스럽게 미안하다, 라고 말을 했고
나는 얼떨결에,
고맙웠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사실 그 말은 이제 당신은 필요 없으니
내 곁에서 사라져달라는 의미였는데
고마웠다고....
그렇게 바보처럼 말하는 게 바로 나였으니
얼마나 짜증나는 대답이었을까...
그런데 그게 다시 내 눈 앞에 가득 펼쳐져 있다.
아마 시간이 되어서 그런 가 보다.
헤어짐을 머리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고 해도,
차마 떨치지 못하고 있었던 가슴속 미련들을
결국 묻어버리며 너그럽게 잊어버려야할 시간이....
이제는 마치 잠에서 덜 깬 졸린 눈을 부비며
나를 기다리던 사람도,
보고 싶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가던 내 모습도,
새벽의 서늘함처럼 내 마음에 담던 웃음도...
두 번 다시는 없는 거라고 깨달아야 할 순간이 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많이 보고 싶을 땐,
그냥... 눈을 감는 거다.
세상을 편히 살아가는 비결이
...뭐, 그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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