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뭐, 그런 거 아닐까?

들마을 2009. 8. 20. 14:13

사람의 마음이란 참 집요하다

마치 슬라이드 필림 영사기를 돌리는 것처럼

하나씩 하얀색 스크린에 비치듯 떠오르는 기억들..


그 안에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의미들이 담겨 있었다.

 

그 중에 하나.

어느 날 내게,

너무나 갑작스럽게 미안하다, 라고 말을 했고

나는 얼떨결에,

고맙웠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사실 그 말은  이제 당신은 필요 없으니

내 곁에서 사라져달라는 의미였는데

고마웠다고....

그렇게 바보처럼 말하는 게 바로 나였으니

얼마나 짜증나는 대답이었을까...


그런데 그게 다시 내 눈 앞에 가득 펼쳐져 있다.

아마 시간이 되어서 그런 가 보다.

 

헤어짐을 머리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고 해도,

차마 떨치지 못하고 있었던 가슴속 미련들을

결국 묻어버리며 너그럽게 잊어버려야할 시간이....


이제는 마치 잠에서 덜 깬 졸린 눈을 부비며

나를 기다리던 사람도,

보고 싶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가던 내 모습도,

새벽의 서늘함처럼 내 마음에 담던 웃음도...

두 번 다시는 없는 거라고 깨달아야 할 순간이 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많이 보고 싶을 땐,

그냥... 눈을 감는 거다.


세상을 편히 살아가는 비결이

...뭐, 그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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