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10년을 닫으며...

들마을 2009. 8. 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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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편지를 받을 때 전해져 오는 따스함에

마음이 설레고 훈훈해져오면서 막연히 기대감..

동시에 들었던 조심스러움과 상처에 대한 두려움..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는 굳게 닫혔던 마음...

모든 것이 가로 막혀 있어 선뜻 손을 내밀 수 없는 시간들..

보고 싶어 가까이 가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또 다른 마음..

 

참 긴 시간을 망설임으로 싸우던 어느 가을날

그렇게 긴 주저함 끝에 마음을 열리며 마주한 순간 

어둠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곳에서

나를 향한 빛이 보이는 그런 느낌으로

안개 속에 가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설레임이

꾸임없는 밝은 미소와 함께 투명하게 다가왔다.


그 설레임과 기쁨의 순간을 맞으며

비로소 오랫시간 마음에 빗장을 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인연조차도 저울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연이란 그냥 손만 내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손을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또 그게 아니었다.

결국 혼자 버려진 긴 침묵 속에서

다시 마음을 닫아야했지만

혼자 마음에 담아버린 그 사람의 존재가

막연한 그리움이 마음 속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마 마음을 열어 놓는 순간

어쩌면 빗장을 질러 놓은 가슴에 틈을 보인 것인지도 몰랐다.

 

또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실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어느 날 문득 열려진 틈으로 다시 찾아오는

그 사람 모습을 발견한 순간 괜한 설레임으로 가득하였다.

그 시간동안 그 사람은 참 많이 변해 있었지만

내내 곁에 있다는 편안함과 든든함으로 채워가며

불같이 뜨거운 시간들과 기쁨 속에서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글들과

간혹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어느 새 그 사람에 대한 조바심으로 바뀌어 가고

내 자신을 더욱 옥죄게 만들며 힘들게 했다.

간간히 울리는 전화벨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기도 했다.

아마 그 때부터 힘들게 싸워야하는 갈등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함께 하는 시간들이 행복했기 때문에

내 마음을 열어 놓고 그 갈등들을 힘들게 이겨내며

행복이란 것이 아주 멀리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켰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티며 지낸 시간 끝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으며 차가운 모습으로 발길을 돌린 뒤에

발 끝마다 거리는 기억들과 쌓았던 흔적들을 바라보며

함께 했던 그 시간 크기 만큼 잊기 위해 또 힘들어 해야했다.

 

어째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면 새로운 계절로 바뀌듯이

만남의 시간과 이별의 시간이 같아지고 

이제 10년의 세월이 채워졌으니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이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을 열지 못하던 그 때의 설레임이 더욱 소중했는지도 모른다는 게

10년의 한 페이지를 닫으며 느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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