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가을이 노을처럼 외로워지는 이유

들마을 2009. 10. 14. 23:07


 

가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밑도 끝도 없이 치솟는

외로움에, 허망함에

가슴 한구석 아릿함을 이기지 못해

나는 또 부질없는 몸짓을 하며 기억 속으로

너를 찾아 길을 떠난다.

 

가늘게 눈을 뜨고 아무리 내다봐도

내가 가졌던 것은 결국 찰라일 뿐이라서

내가 원했던 순간들은 기다리기만 했던 것 같은데..  

결국 빛바랜 기억속을 헤매다

내가 머물고 싶은 순간을 붙잡고 멈춰선다.

 

정말 너를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한 줄기 바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내게 남겼던 시간들은 소요되고 기억도 퇴색되며

기다림 속에서 손 사이로 빠져나간

그 기억들과 시간들은

마음 속에다 어쩌다 베인 상처처럼 

날카롭고 진한 잔영을 남겨놓고 말았다.

 

계절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꽃들처럼

한 때의 너와 나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입 맞추며

지우지 못해 켜켜히 쌓였던 너의 향기로

숨막힐 듯 아찔한 탐닉의 시간을 만든다.

노을이 대지와 입마추며 하루를 마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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