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10월의 마지막 밤

들마을 2010. 11. 1. 15:01

10월이 마지막 인사를 하던 날

몇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 용의 노래를 들으며

언젠가부터 조금씩 잊혀지는 날들을 들여다 본다


그 해 가을,

그토록 망설이며 미루던 일이었는데

갑자기 벼락처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상하게도 그 날 아침은 덜컥 용기가 생겨서

약속을 하고 그렇게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래, 그냥 한 번 보는 것뿐인데 하며

특별히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던 그 나이에

어딘지 모르게 세상이 반 바퀴쯤은 달라져 보이고

두고, 두고 그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그리고 또 버려진 긴 시간 후

결국 그 인연의 자락을 붙잡고 새로운 길을 갔다.

 

또 다른 행복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마치 새로 인생을 사는 느낌으로

때때로 찾아오는 아픔도 잦아드는 순간을 기다리며

내 자신에게 내가 느끼는 마음의 기쁨을 선물했다.

 

젊은 날 심하게 가슴앓이를 한 탓에

내 마음이 민감한 일에는 거부 반응을 보였어도

그 때는 왠일인지 슬그머니 앙다문 힘을 뺄 때까지

내가 지키고 있던 자존심을 모두 접어버리고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내 마음 따라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언제부터인가

점차 심해지며 느껴지는 마음의 통증은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그렇게 힘들어 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금 더 불행해지는 쪽을 택하자는 생각이 강해졌고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탈이 날 때마다

그렇게 마음에 가득 채웠던 행복이 조금씩 빠져나가며

마침내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무너져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이제 제법 세월이 흘렀지만

어느 정도 무뎌진 감정의 골을 따라 가면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순간들 속에서

내 자신의 욕심들이 느껴져서 우숩기도 하지만

그 때의 절실했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일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늘 많은 일들이 나에게 행복을 주던 10월

 

새로 맞는 가을 느낌 속에서

한 잔의 커피에 너의 눈빛과 미소같은

포근함과 그리움을 가득 담아 마시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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