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한껏 흐드러진 제주의 하늘 아래서
아무런 꾸밈도 형식도 필요없었다.
아무 부담없이 단지 40년 전의 인연만으로 모여
지난 해 창원 모임 이후
다시 모여 편히 쉰 2박 3일간의 여행
마치 입학 후 처음 맞은 축제에 모였던 그때처럼
모두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40년 전 그 때로 돌아갔다.
마냥 설레임과 감흥만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2박 3일동안 제주도를 누비고 다니며 지냈다.
한라산 정상까지는 못갔지만
윗새오름을 올라 어리목으로 돌고
그윽한 삼나무향이 가득한 1112번 도로를 걸으며
오래된 애인 처럼 맞잡고 서로의 체향을 느꼈다.
새벽 일찍 나섰던 용머리해안에서
바람의 숨결과 파도의 역동 속에 담긴
한라의 숨은 흔적을 들여다 보았다.
떠나오는 날이 마침 9년 전 그 날이라서
오랜 시간 가득 채웠던 기억의 한자락을
투명하게 푸른 모슬포 바다 물결 속에 털고
모든 것이 편한 친구들과 맛있는 해산물들로 채웠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군대관계로 학창시절을 짧은 시간 밖에 하지 못하고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거의 소식도 없이 만나지 못해
조금은 서먹 서먹했던 정 현조 같은 친구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안아들이며
다 같이 하나가 되어 어울러질 수 있으니 말이다.
서로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이야기를 하지만
학창시절과 너무 다르게 변한 모습들이긴해도
나이가 드니 그래도 공통된 것은 건강이다.
우리는 흔히들 말하는 죽을 사자가 붙은 4기인데도
다른 기수와 달리 모두 다 건강하니 다행이다.
이런 축복과 행복을 가득 담은 제주도 여행을 마치며
오는 가을에 지리산에서 다시 모여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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