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봄의 향연

들마을 2012. 4. 16. 14:02

언제나 그랬듯이 여전히 잊지 않고 찾아왔다.

서둘러 피었다가 떠나가는 봄꽃의 향연 사이로

찬란한 봄빛을 한가득 머금고

살랑이는 봄바람을 안은 따스한 봄볕 아래

여기 저기 연두빛 새순이

형용할 수 없는 빛을 발하고 있다.

 

난 언제나 새생명을 가득 담은

새순의 연두빛으로 가득한 이 때가 제일 좋다.

적당히 불어주는 봄바람을 맞으며

조그맣게 피어나는 보송한 잎사귀들은

작은 바람에도 엄살을 부리며 아양을 떤다.

 

한 순간에 생사의 갈림길을 벗어나고

처음 맞았던 그 봄의 기억처럼

바람이 머물다 간 가지마다 초록이 물결친다.

내가 살아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며

내가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무한한 애착으로

비 이성적인 섬섬한 몸짓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지만

이젠 하릴없는 순간들로 적막함이 감도는 기억 뿐이다.

 

한동안 잊었던 순간들이 남긴

커다란 그림자만 길게 드리우며

이젠 의미도 없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덮으며

여기저기 껍질이 벗겨지고 상처가 났던

가녀란 마음들 사이로 힘들게 남겼던

거친 발자국들을 지우며

시간도 그 뒤를 느릿느릿 멀어져 간다.

 

이미 내 인생을 한자락으로 남아

꼿꼿하게 서 있는 그 많은 기억과 모습들...

세월 끝에서 포기하지 못하고 파닥거리는

기억 속에서 새롭게 움트는 생명을 보았다.

정말 한 없이 행복했던 그 표정, 그 몸짓들

봄이 흠뻑 익어가는 새 생명의 향연 속에서

정말 나를 위해 축복해주는 선물은

또 다시 새로운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봄이다.

 

새삼 이 순간의 행복함에

온 몸이 날듯이 달콤한 비명을 지른다.

나에게 주어진 축복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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