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향기

분노를 잃는 것과 용서의 차이

들마을 2006. 11. 9. 09:56

이상하지

분노를 잃어버리면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허무가 밀려들다니 말야

구멍이 뻥 뚫린 가슴에

찬 바람이 불어닥치고

심장 끄트머리에

고드름이 맺히다니 말야.

 

이상하지.

새끼잃은 곰처럼 뛸 땐

하루 종일 지치지 않더니

분노를 잃은 후론

다리가 풀리니 말야.

뛰지도 못한 채 잠시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그저 쉬고만 싶단 말야.

 

알 것 같아.

분노를 잃어버린 건

용서해버린 것과는 달라.

용서는 매인 줄을 끊어주지만

분노를 잃어버리는 건

다만 방향을 잃은 것일 뿐.

 

받아본 적이 없는

용서이기에 잘 모르지만

이제라도 용서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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