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얗게 핀 벚꽃를 보려고
어슴프레 눈 뜨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아직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흔들며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네.
네가 있는 곳도 그러니?
그 짧은 순간에 네 생각이 났어.
정말 잊은듯 하던 기억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각이 나서
한참 동안 빗줄기를 바라봤어
나는 말야
요즘, 가끔 이런 느낌이 들 때마다
오래 전에 어딘가에 놓아두고는
그냥 잊어버렸던 물건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는 기분이야.
정말이지 주인도 인식하지 못해서
제자리를 잃어버리고 방치된
모든 것들은 애처롭고 불쌍해.
그리고 나도 그 고단하고 힘들었던
긴 시간을 이겨내려고 돌고 돌며
이제는 제 자리에 왔다는 것을 깨달아.
너와 떨어져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그 시간 동안 변했을 너 만큼이나
나도 이것 저것 참 많이 변하고 있어.
그래서 너를 잊은 듯 살아가며
다시 여기까지 왔다는 느낌도 들어.
그래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그 기억들도
이제는 다시 보지 않으려고
둘둘 말아서 빗 속으로 던져 보냈어.
아마 빗물에 씻겨 어디론가 가겠지.
그렇다고 내가 변하는 것은 아니야...
나는 여전히 그 때처럼 상처받으며
작은 추억에도 마음 흔들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여전히 내 곁을 남아있는 많은 것들에
또 혼자서 베이고 상처 받으며 살아갈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괜찮아.....
제법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이제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말야
여전히 나는 변함이 없는것 같은데
어느 듯 세월 속에서...
언젠가 부터 혼자 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는 지나버린 것 같아....
그래서 이제는 마무리하는 노을처럼
더 아름다운 모습을 꿈꾸고 가꾸며
내 시간들을 지켜가고 있는지도 몰라
이렇게 가끔 넋두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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