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봄비 속에서

들마을 2017. 3. 30. 16:35


어제 하얗게 핀 벚꽃를 보려고

어슴프레 눈 뜨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아직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흔들며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네.

네가 있는 곳도 그러니?

그 짧은 순간에 네 생각이 났어.

정말 잊은듯 하던 기억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각이 나서

한참 동안 빗줄기를 바라봤어


나는 말야

요즘, 가끔 이런 느낌이 들 때마다

오래 전에 어딘가에 놓아두고는

그냥 잊어버렸던 물건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는 기분이야.

정말이지 주인도 인식하지 못해서

제자리를 잃어버리고 방치된

모든 것들은 애처롭고 불쌍해.


그리고 나도 그 고단하고 힘들었던

긴 시간을 이겨내려고 돌고 돌며

이제는 제 자리에 왔다는 것을 깨달아.

너와 떨어져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그 시간 동안 변했을 너 만큼이나

나도 이것 저것 참 많이 변하고 있어.

그래서 너를 잊은 듯 살아가며

다시 여기까지 왔다는 느낌도 들어.

그래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그 기억들도

이제는 다시 보지 않으려고

둘둘 말아서 빗 속으로 던져 보냈어.

아마 빗물에 씻겨 어디론가 가겠지.

그렇다고 내가 변하는 것은 아니야...

나는 여전히 그 때처럼 상처받으며

작은 추억에도 마음 흔들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여전히 내 곁을 남아있는 많은 것들에

또 혼자서 베이고 상처 받으며 살아갈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괜찮아.....

제법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이제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말야

여전히 나는 변함이 없는것 같은데

어느 듯 세월 속에서...

언젠가 부터 혼자 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는 지나버린 것 같아....

그래서 이제는 마무리하는 노을처럼

더 아름다운 모습을 꿈꾸고 가꾸며

내 시간들을 지켜가고 있는지도 몰라

이렇게 가끔 넋두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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