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고향 유감

들마을 2014. 9. 15. 11:52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지나치며

홀로 지나간 세월 속에서

모처럼 찾은 고향 길에

이젠 주소마저 바뀌어 버려

낯설은 이름 사이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피어난다.

 

저기 쯤은 친구와 학교가던 길,

이 쯤은 친구와 싸웠던 좁은 골목길,

저 쪽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마을 어른들께 인사가던 길,

저 쯤에는 공터가 있어 친구들과

딱지치기, 구슬치기 하던 곳.

몇 조각 기억만 덩그라니 남고

어린 기억들을 남긴 흔적들은 없다..

 

전쟁으로 엉클어진 삶으로

고향두고 무작정 떠나와

삶을 이어가던 피난민 동네

뒤돌아 보면 볼수록

모든 게 부족했어도 

사람들 사이에 인정만은 풍족해

고된 삶의 틈바구니에서도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

 

나를 지켜보던 동네 어른들,

여기 저기서 부딪쳤던 사람들,

이젠 세월 속에 다 떠나고

모처럼 고향찾은 내가

옛날 기억을 더듬으며

그 빈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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