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자리

가을 단상

들마을 2007. 11. 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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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핑게로 여기 저기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남들보다 계절의 변화를 빨리 그리고 많이 느끼며 지낸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그려내는 모습들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에서 봄풍경과 가을 풍경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해서 더욱 좋다.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가는 봄비 속에 잠긴 봄 풍경은

연두빛 새순들이 조금씩 푸르러지며 생명력을 느껴지는게 좋고

가을은 곡식이 누렇게 익은 들판도 좋지만

가을이 익어가며 울긋 불긋하게 단장을 해놓은 단풍들 사이로

달빛 그림자처럼 숨겨진 남들이 모르는 고독과 슬픔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번 출장길에는 은행나무의 잎들이 샛노란빛으로 물들어

하나, 둘 떨어지는 밤거리를 걸으며

불현듯 가슴에 차오르는 아픔과 아련함이

늦은 가을 속에 담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부쩍 생각나는 모습이어서 그런지

늘 풀꽃같던 모습이 날리며 쌓이는 은행잎 속에서 웃는 것 같았다.

 

재작년 이맘 때 결혼한다며 바라보던 커다란 눈망울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알수 없는 아쉬움들이 안타까움으로

내 가슴에 이렇게 지우지 못하는 잔상으로 남았나 보다...

 

후회하지 않기로 굳게 약속했던 마음..

이제 또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한해의 옷을 훌훌 버리고

가을 하늘 아래 맨 몸뚱아리로 빨갛게 달고 잇는 감나무처럼

한 해동안 아프고 시렸던 마음들도 둘러보며

내 기억 속에서 담아 놓은 것들을 정리해야겠지..

 

잊어야 할 것들은 지우며 잊고...

버릴 것들은 버리고...

간직해야 하는 것들은 다시 챙겨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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